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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한 가마니

관리자 0 1,164 2021.11.11 14:05

지금부터 27년 전쯤의 일로 기억된다.

당시 나는 면목동 골목시장 안에서 조그만 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장사가 너무 안 되고 적자가 계속 누적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에 이르렀다.

가게를 그만두려고 부동산에 내어 놓았지만 생각처럼 쉽게 정리되지는 않고 매일매일 손님도 없는 가게를 지키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위해 성경책을 읽고 쓰는 것이 한동안은 거의 나의 일과처럼 되다시피 했다.

그해 연말에는 추운 겨울이라 더더욱 손님이 없었고 석유난로 하나로 몸을 녹이며 종일토록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었는데 오후가 되도록 한 사람도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없었다.

거의 저녁 무렵이 되어서 아내가 찾아와 쌀이 없어 쌀을 사야한다고 했지만 내 수중에는 기껏 천 원짜리 몇 장 밖에는 없었고 남에게 돈을 빌리는 것이 싫었으며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물건이 팔려 쌀을 구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 밖에는 달리 무슨 방법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내는 금식도 일부러 하는데 굶으면 굶으리라는 말을 하며 웃는 것을 보면서 그런 아내의 모습이 그때 나의 믿음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장으로써 한참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둘이나 있는데 어찌 걱정이 되지 않는단 말인가?

그 시기에 우리 가정엔 그때까지 보이지 않던 쌀 주머니가 하나 생겼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성미 주머니였다. 헝겊으로 만든 쌀 주머니인데 가운데 십자가가 그려져 있고 그것을 보면서 아무튼 기분이 별로 썩 좋 않았다.

나도 함께 교회에 다니고 있는 사람으로서 직접 대놓고 뭐라고 말할 수도 없고 쌀을 교회에 가져가는 것은 분명한데 매주일 마다인지 갈때마다 가져가는 것인지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며 궁금해했는데 볼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던게 솔직한 내 심정 있는 그대로였다.

그 날 날이 저물고 어두워질 때쯤에 손님 한분이 오셔서 30,000원짜리 물건을 하나 사갔는데 삼만 원을 아내에게 건내주고 쌀을 사라고 했더니 장사하는 사람이 잔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하며 20,000원을 다시 건내주고는 10,000원만 챙기면서 8,000원짜리 4 kg 봉지쌀을 사면 하루 이틀은 먹을 수 있으니 내일 걱정은 내일 하자고 말 하는게 아닌가?

그때 아내는 성령이 충만해서인지 아무 걱정 없는 사람처럼 보였으며 바라보는 나로서는 정말 안쓰럽고 내가 능력이 없어 가족들을 고생시키는것 같아 너무나 마음이 아팠던게 사실이다. 그날 난 아내가 봉지쌀을 사러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아내는 지금 저 작은 봉지쌀에서도 성미주머니에 쌀을 퍼서 교회로 가져갈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때 까지만 해도 난 거의 교회 일에 무관심 하다시피 했고 주일예배만 겨우 참석하는 정도였으며 예물을 드리는 것도 마지못해 드리고는 했으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얼마나 안타까우셨을까 싶다. 십일조를 드리는 것도 한 달에 한 번씩 드리게 되면 장사를 하니까 금액이 많아져 아까운 생각이 들까봐 일주일 단위로 하곤했다.

 

장사가 안 되어 금액이 적을 때는 부담이 안 되었으나 한주일 동안 수입이 괜찮아 액수가 좀 되면 토요일 저녁에는 공연히 마음이 불편해지고 아들 녀석 학원도 못 보내고 있는 형편인데 아무튼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져 복잡해지곤 했었다.

쌀을 걱정해야했던 하루가 지나고 그 이튼 날 다시 가게 문을 열고 얼마 있으려니까 전화가 걸려와 받았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백 사장이라는 분이 연말이고해서 나를 생각해 쌀을 한가마니를 샀는데 다짜고짜 싣고 오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 분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으로 중상층 정도 되는 부자인데 돈 계산에 대해 너무도 분명하고 식사나 차를 한잔 마셔도 절대 쉽게 돈을 쓰지 않을뿐 아니라 자기 것은 각자 자기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분인데 왜? 나에게 쌀을 주겠다고 하는 것인지........


그것도 한 가마니씩이나 거저 준다는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난 전화를 받으면서 그럴 필요없다고 거절하며 이유 없이 내가 왜? 백사장님에게 쌀을 받느냐고 말을 하던 중 전화가 끊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차로 쌀 한가마니를 싣고 와 가게 앞에 덥석 내려놓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제일 좋은 여주 쌀이라고 하면서 영수증까지 던져놓고 휑 하니 가버리는데 그때 난 무엇엔가 한대 꽝 얻어맞은것 같은 멍한 심정이었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으며 그런 가운데서도 알수 없는 진한 감동과 처음으로 하나님 앞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먹을 것을 염려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으셨는데 나의 모든 것이 하나님께 속해 있음을 깨닫게 해주셨고 그때 그런 내 모습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그 이후로는 교회 일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헌금에 대해서도 자유하게 되었을뿐만이 아니라 내게 주어지는 일이라면 비록 작은 일이라도 순종하고자 애쓰고 있다.

항상 20 kg 포대 쌀을 구입해서 생활하던 우리 가정이 그때 선물로 받게 된 쌀 한가마니로 몇 달을 쌀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으며 그것을 함께 경험했던 우리 아이들에게도 참으로 값진 신앙의 교훈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공중에 나는 새와 들의 백합화도 하나님께서 지키시는데 하물며 하나님의 자녀가 된 우리를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시지 않겠는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마태복음6:31)

 

출처: 간증집 “은혜가 강물처럼”

창골산 봉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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